[우주론] 고대 우주론과 서양의 우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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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론] 고대 우주론과 서양의 우주관



1. 고대 우주론


1) 우주 기원론


우리나라의 고대 우주론은 우주 기원론과 우주 구조론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천문 사상의 기원은 신화시대에 기원을 두고 있다. 그래서 우주를 하늘 과 땅으로 이분하거나 천상, 지상, 지하로 삼분하여 이해하려는 경향이 강하 다. 우주가 이와 같은 구조로 탄생되거나 사멸되는 과정에 대한 신화적 각본 이 원시적 우주론으로 체계화되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고대 우주 기원론은 문헌과 무속의 여러 신화를 통해 전해온다 . 그 내용은 완전히 무의 상태에서 시공간과 물질계가 창생되는 각본(창조형)이 아니라 , 대게 어느 정도 원초적 우주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공간과 물질계와 생명체가 창조되고 그 안에 새로운 질서가 갖춰지는 과정(개벽형 또는 진화형)을 담고 있다. 즉, 혼돈(chaos)에서 질서 (cosmos)로 우주가 진화하는 각본이 다 . 여기에서 질서가 부여되는 과정은 초월자가 나타나 수행하는 경우와 저절로 우주의 질서가 잡히는 경우로 나뉜다. 이러한 종류의 우주기원론은 대게 민간에서 무속인의 무가를 통해 다수 전해 오고 있다. 함경도에서 채록된 무녀 김쌍돌이의 「창세가」를 보면 태초의 우주는 땅과 하늘이 붙은 혼돈 상태 였다. 그러다 미륵이라는 초월자가 나타나 구리기둥을 세워 천지를 갈라놓는다 . 이로써 혼돈은 정리하고 하나의 해와 달을 돌게 되고 별들을 만들어 우주의 질서가 창조된다.


또한 민담 중에는 하늘과 땅이 서로 다시 붙어 버리면 세상이 멸망한다고 역 구조를 보이는 것도 있다. 「창세가」처럼 초월자에 의해 우주의 생성과 진 화가 이루어지는 각본과는 대조적으로, 제주도의 「천지왕 본풀이」나 「처감 제」는 천지가 어지러이 뒤섞여 있다가 특정시간에 자연히 스스로 변화, 개벽하여 만물이 생겨나는 구조이다. 우주의창생과 진화에 대한 이러한 시나리오 는 현대 우주론의 ‘무 (無)로부터의 우주기원’가설과도 비슷하다.

한편, 전 우주의 창생을 설명하지도 않지만 해와 달과 같은 천체들의 기원을 설명하는 신화도 많다 . 대표적인 예가 남매일월신화이다. 남매가 하늘을 올라 해와 달이 되었다가 달이 된 누이가 밤길을 무서워하여 오빠와 자리를 바꾼다 는 내용이다. 천지, 일월, 남녀를 같은 음양과계의 등식으로 볼 때, 마지막 내용에 나오는 남매의 자리바꿈은 하늘과 땅이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동일하여 서로 변화하는 것이라는 관점을 보여준다.

하늘에 오르기 전 남매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던 때를 미분화된 원초적 우주 상태로 보고, 남매가 하늘에서 해와 달의 역할을 하게 된 때를 현재와 같은 우주가 자리잡힌 것으로 본다면 이 신화 역시 천지개벽형 신화의 형식이라 할 수 있다 . 또 이 신화의 이본(異本)에는 삼남매의 막내가 하늘의 별이 되었다는 내용도 담겨있어 천체 기원의 대상이 좀 더 확대되어 있다.

2) 우주 구조론


현재 우리나라에 전해지는 우주의 구조에 대한 공식적인 전통 이론은 중국에 서 들어온 우주관들이다. 그중 우리나라의 천문사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우주구조론은 개천설(蓋天說)과 혼천설 (渾天設)이다. 개천설은 ‘하늘은 위에, 땅은 아래에’있다는 이원론적 사고에서 출발한 우주구조론이다. 이것은 우주를 둥그런 하늘과 네모난 땅의 상하구조로 보는 천원지방의 설이다 . 즉 땅은 고요하고, 하늘은 북극을 중심으로 돌고, 태양은 계절은 따라 반경이 다른 궤 도를 따라 원운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서기전 3세기에 쓰인 『여씨춘추』는 천원지방의 이유를,
“하늘을 구성하는 정기가 위아래로 순환하여 특정한 곳에 머물지 않는 성질 때문에 천도를 원, 땅에 속하는 만물은 제각각 형체와 직분이 달라 서로 간여 할 수 없는 성질 때문에 지조를 방이라 한다.”
라고 설명했다 . 이는 훗날 하늘과 땅 모두 곡면이고 북극 부분이 높은 삿갓 모양이라는 생각으로 발전했다. 고구려 고분의 일월성신도나 석굴암의 천장 등을 통해 개천설이 우리의 고대 천문관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 다 . 앞에서 소개한 감쌍돌이의 <창세가>에서도 하늘은 위에, 땅은 아래에 있다는 상하 이원론과 천원지방이 원시 천제구조론이 보인다.

혼천설은 우주의 모습이 새알처럼 하늘이 땅을 빙 둘러싸고 있는 내외구조로 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여기에서 땅은 평평하거나 새알의 노른자처럼 둥그렇다고 생각되었다 . 하늘은 남북극을 지나는 축을 둘레로 수레바퀴와 같이 돌고, 그에 맞춰 일월성신이 함께 따라 돈다는 모형이다. 혼천설의 우주 구조 모형은 혼의와 같은 천체 관측 도구나 천문시계 등에 응용되어 왔다.

중국에서 들어온 우주구조론 중에 선야설은 특히 흥미롭다. 선야설은 하늘에 는 특별한 형체가 없고, 해와 달은 별들은 하늘에 매어 있는 것이 아니라 허 공에 떠 있다고 주장한다. 앞의 이론들이 하늘과 땅의 모양을 정하려고 한 것 과 비교된다 . 또 천체의 움직임은 기의 운행에 따르므로 일정한 규칙이 없다고 본다. 하늘이 물리적 실체를 부정하고 우주의 무한성을 암시한 설이라 생각된다 . 중국의 전통 우주구조론은 인간의 입장에서 우주의 모양과 운행을 모 형화한 이론들로서, 우주의 구조와 역학에 대한 실상을 깨우치려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2. 서양의 우주관


기원전 6세기에 피타고라스는 중심에는 지구가 있고, 그 주위를 해, 달, 혹성이 돌고 , 맨 끝에 항성이 배치되어 있는 우주를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 피타고라스는 세계의 조화라는 생각을 강조하여 각 궤도 사이의 거리는 어떤 유 리수와 관계가 있다고 했다. 플라톤은 우주는 신이 지은 것이므로 ‘완전’할 것이고 , 그렇다면 ‘원 ’일 수밖에 없다는 관점에서 우주를 생각했다.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도 피타고라스와 마찬가지로 우주를 생각하면서, 나아가 가장 바깥의 세계에 신이 존재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은 변하지 않고 더 발전된 내용을 프톨레마이오스가 그의 저서 『알마게스트』에서 집대성 했다. 지구가 정지해 있고 해와 달 등이 그 주위를 돈다는 천동설은 그 뒤 1,500년 동안 보편적인 우주관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이에 대해서 16세기에 들어 코페르니쿠스(1473~1543)는 지구가 해의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을 전개했다. 코페르니쿠스는 저서 『천체의 회전에 대해서』 (1543년)에서 우주는 공 모양으로 생겼고 땅도 또한 공 모양이며, 천체의 운동 은 원이며 지구도 또한 원 운동을 한다는 것 등을 주장하였다 .

코페르니쿠스가 어떤 경위로 지동설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는가는 더 깊이 연구해야 할 문제지만, 그는 저서에서 지구를 중심으로 해가 도는가, 해가 중심으로 지구가 도는가 하는 것은 운동의 상대성이므로 천동설을 버리고 지동설 을 주장한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지구가 운동한다고 가정하면 다른 혹성의 운동과 지구의 회전이 서로 관계를 갖게 되고 , 나아가 그 운동을 기초로 모든 다른 별의 운동을 파악한다면 관측을 통해서 단지 겉 으로 보이는 운동만이 아니라 모든 별과 궤도의 질서와 크기도 알 수 있게 된 다고 주장하였다.

지구 중심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지구를 상대화한 코페르니쿠스의 관점은 갈릴레이(1564~1642)에서 계승되었다. 잘 알려져 있듯이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만 들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달과 다른 별들을 관찰하여 달에도 지구와 마찬가지 로 산과 계곡이 있고, 달 역시 이 땅의 물질과 같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목성 주위를 4개의 작은 별이 도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이 꼭 혹성이 해의 주변을 도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갈릴레이는 코페 르니쿠스설을 적극적으로 지지했으며, 단순히 지구를 상대화한다는 관점을 넘 어서 더욱 발전된 차원으로 전개시켰다.

하지만 지구중심적인 생각을 버리지 않고서도 관측을 바탕으로 우주의 구조를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 티코 브라헤는 갈릴레이보다 조금 전에 살았던 사람으로, 다른 혹성은 해의 주위를 돌고 다시 해는 지구 주위를 돈다는 설을 주장했다 . 그는 우주의 중심은 역시 지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브라헤는 부유한 사람이어서 자기 돈으로 커다란 천문대를 만들었는데 , 그  조수가 케플러였다. 케플러는 오랫동안 화성을 관측한 결과 화성의 궤도가 타원인 것을 알아내고, 다른 혹성의 궤도도 타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제1법칙이다. 또한 관측에 의해 제2법칙, 제3법칙을 발견했다.


천체에 대한 케플러 법칙과, 지상의 운동에 대해 주로 갈릴레이가 알아낸 지 식을 바탕으로 미분 , 적분을 개발하여 하나의 이론체계를 만든 사람은 뉴턴 (1642 ~1727)이다. 뉴턴의 법칙은 어떤 천체에 대해서나 들어맞고, 따라서 그 것은 우주 공간의 특정한 장소를 가릴 필요가 없었다. 또한 뉴턴의 역학에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배경이 있고, 그 위에서의 현상을 추구했다. 즉 , 뉴턴의 우 주관은 우주는 언제나 똑같다는 것이며, 따라서 생성 진화론의 측면은 약하다고 할 수 있다.

뉴턴보다 조금 앞서 데카르트(1596~1650)는 무한의 우주공간에 물질이 가득 차 있어서 그것이 무수한 소용돌이를 낳고, 이 소용돌이 속에서 항성과 혹성 이 태어난다고 했다. 칸트(1724~1804)는 무수한 은하계가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우주의 구조를 논하고 성운설을 주장했다. 또한 라플라스도 칸트와는 따로 성 운설로 태양계의 기원을 설명하려고 했다 .

위와 같이 서양의 우주관은 우리의 전통적 우주관에 비교하면 우리의 전통적 우주관과 비교하면 처음부터 결정적인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전통적 우주관의 특징은 하늘과 땅을 양극으로 나누고 그것을 마주보게 하여 우 주를 그 통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예컨대 피타고라스나 아리스토 텔레스 등이 지구를 글자 그대로 구(球)라고 하고 해, 달, 혹성 등을 구성요소로 하면서 그 조화로서의 우주를 생각한 것과 비교하면 극히 대조적이다.

우주라는 말도 한자의 ‘우주’에서 ‘우(宇)’는 공간을, ‘주(宙)’는 시간을 뜻하는 데 비해 영어의 “코스모스 (cosmos)'의 어원은 혼돈(chaos)에서 생겨난 질서를 , ‘유니버스(universe)'는 개인이 모여 하나의 집단으로 변함없이 운동하는 것을 뜻한다. 즉 그 말들은 각각 우주관의 특징을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늘과 땅을 대립시킨다는 사고는 음양 관점에서 생겨난 것으로 보이는데, 음양 관념은 우주의 생성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우주론의 기본내용은 구조론과 생성 진화론이며, 양자는 서로 관련을 맺고 때로는 서로를 규정하기도 한다. 서양에서 우주의 본질을 조화로 보는 것은 우주가 신의 창조물이라는 생각이 배경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하늘과 땅을 대립시키는 것은 곧 하늘과 지상에 사는 인간의 대립을 뜻한다.

다른 한편 서양의 자연관이 어디까지나 객관적이려고 하는 데 대해 동양의 자연관은 인간을 자연에 속해 포함하려 하는 경향이 있고, 그 결과 자연관이 주관적이 되는 경향이 많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것이 바로 우주관에서부터 시작되는 경향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나 중국 사람들이 전통적 우주관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구를 글자 그대로 공 모양으로 보는 것이 선결조건이 된다 . 다음으로 그것이 올바른 우주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이행한 코페르니쿠스가 보여 주듯이 지구 중심의 생각을 버리고 그것을 상대화해야만 한다.

또한 사상적으로 낡은 음양 관념의 극복이 필요하고, 동시에 그 우주론이 더욱 과학적이기 위해서는 자연에 대한 객관적 입장을 확립해야 한다. 지구설의 확립과 상대화 , 낡은 음양 관념의 극복과 자연의 객관화는 독자적 우주론이 발전하기 위한 과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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